비회원
이슈
0
8
07.29 08:44
NYT "엔비디아 농간에 美 AI 패권 흔들린다"
미국, 대중국 AI칩 판매 후회할 것
/벤 뷰캐넌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칩 판매 제한 조치를 뒤집은 이 결정은 심각한 실수다.
이는 AI 분야에서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지렛대인 글로벌 컴퓨팅 능력 공급망 통제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트럼프는 'AI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기술을 옹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칩 판매 허용은 한 칩 제조사의 단기 이익을 위해 미국의 AI 패권을 위협하고, 미국 기술 기업의 기반을 약화하며,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
컴퓨터 칩은 강력한 AI 시스템의 생명선이다. AI 기업들은 이 하드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쟁하며, 대부분의 자금을 칩 구매에 쏟아붓는다(필자는 앤트로픽을 포함한 일부 AI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칩 제조사들은 매년 천만 개 이상의 칩을 판매한다. 중국은 군과 자국 AI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 칩에 의존하지만, 자체 생산량은 연간 약 20만 개에 불과하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밝혔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 칩은 중국의 AI 생태계와 정부가 핵심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AI 기술은 고도화된 해킹과 정교한 드론전을 현실화해 군사 작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 군수업체들은 엔비디아 칩을 선호하며, 미국 칩으로 훈련된 AI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문제가 심각하다. 미군과 정보 요원들이 엔비디아 칩으로 훈련된 중국 AI의 표적이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런 위험을 이해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AI 칩 산업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부 칩 제조 장비에 수출 통제를 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추가 장비와 엔비디아의 주력 칩인 H100 판매를 제한했다. 두 행정부 모두 중국이 첨단 AI를 이용해 군을 현대화하고 인권을 유린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이러한 규제에 대응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여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H20이라는 칩을 만들었다. 수출 통제가 처리 능력에 초점을 맞추자, 엔비디아는 H20 칩의 처리 성능은 평범하게 만들되 고대역폭 메모리(HBM) 용량을 크게 늘렸다. 이 메모리 덕분에 H20은 AI 시스템을 훈련할 때가 아닌, '추론'이라 불리는 실행 과정에서 H100을 능가하는 성능을 낸다. 추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26년까지 추론이 AI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H20에 들어간 메모리와 부품은 고스란히 미국 기업용 H100 칩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입장을 바꾸기 전인 지난 4월, 중국에 대한 H20 판매를 막았다. 이는 옳은 조치였다. 당시 한 백악관 관리는 중국이 이 칩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초당적이고 광범위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 통제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기업인 딥시크는 H20 공급이 끊기자 이전의 기술적 성과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딥시크 최고경영자는 미국 칩 수출 제한이 회사 미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결정 번복을 위해 강력한 로비를 펼쳤다. 그는 중국 화웨이 칩이 엔비디아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며, 화웨이가 경쟁력 있는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과장했다. 그는 화웨이의 성장을 막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황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 번복을 정당화하는 데 이 발언을 이용했다.
그러나 중국 칩이 미국과 경쟁할 만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화웨이는 AI 칩 대량 생산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중국이 2014년부터 칩 제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가 화웨이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화웨이가 제조할 수 있는 칩의 추정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 하나를 채우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화웨이 칩은 개별 성능 또한 미국의 첨단 칩보다 떨어진다. 화웨이 칩이 전 세계 슈퍼컴퓨팅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만약 화웨이 칩이 엔비디아만큼 우수했다면, 중국 내에서 H20에 대한 압도적인 수요는 없었을 것이다.
H20은 매우 유능한 칩이다. 추론 성능은 화웨이의 최고 칩보다 훨씬 뛰어나다. 중국으로 H20이 쏟아져 들어가게 되면 딥시크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다시 활력을 얻어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대체하려 할 것이다. 다른 칩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는데 왜 엔비디아만 이익을 얻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H20 결정은, '중국에 대한 AI 패권은 지켜야 한다'는 어렵게 쌓아 올린 초당적 합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트럼프의 결정은 초당적인 반대에 부딪혔지만, AI 업계는 그의 대중국 정책에서 약점을 감지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로비한 직후 중국을 방문해 현지 AI 기업들을 칭송한 젠슨 황은 중국 청중에게 "H20보다 더 발전된 칩을 중국에 들여오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으로서, 엔비디아는 번영을 위해 중국 시장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기업들의 AI 칩 수요는 엄청나다. 이들은 2025년에만 AI 기술과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지출할 태세다. AI 붐 속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미국의 칩 규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지난 2년 반 동안 10배나 올랐다.
미국이 첨단 기술을 내주는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아는 한 그런 것은 없다. H20 판매 허용 결정 다음 날, 중국은 자국이 우위를 점한 핵심 광물과 배터리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오히려 강화했다. 이는 미국의 AI 리더십과 국가 안보를 희생시켜 한 기업에 이익을 안겨준 결정에 대한, 한탄스러운 결말이다.
*뷰캐넌 박사는 바이든 정부 시절 백악관 AI 특별 고문을 역임했다.